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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장소상실, 기억의 복원과 회복 (2024.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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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BURC 작성일24-10-10 09:13 조회27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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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상실, 기억의 복원과 회복
이선희 기획전, 9인의 작가와 낭독극 결합
충북갤러리 17일_11.4일 개최
'장소상실' 전시 포스터
충북문화재단은 앞서 지난 4월 충북예술인과의 매칭을 통해 작가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신선하고 창의적인 기획자를 공모했다. 충북예술인의 중앙진출을 촉진시키고 양질의 전시공간을 제공해 역량있는 기획자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공모대상은 △충북 문화예술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자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시각예술 기획자 △그 외 충북문화재단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개인과 단체였다. 이에 따라 비칠칠문화예술협동조합의 이선희 기획자가 선정됐다.
이선희의 기획전 ‘장소상실’에는 고정원, 김기성, 김라연, 금벌레, 문창환, 윤다혜, 이선구, 이재복, 홍덕은 등 9인과 낭독극 협업의 차성욱이 참여한다. 한편 이들 참여작가는 영상, 사진, 도자, 회화, 설치, 퍼포먼스, 사운드 등의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품으로 동참한다.
이번 전시 ‘장소상실’은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의 일상 속 뿌리뽑힘(uprooted)의 상태가 주는 상실감과 애도를 통해 장소상실을 경험하는 현대인들의 일상적 태도를 작품으로 선보인다. 이를테면 재개발과 도시재생 등의 이유로 사라지거나 곧 잊혀질 공간을 기록(이재복, 김기성)하고, 개인적 장소 경험을 박제하고 기억(김라연, 윤다혜)하며, 발화를 통해 새로운 장소를 이미지화(금벌레)하는 과정으로 연결한다.
뿌리 뽑힌 ‘공간’
어떤 장소가 기억에서만 존재하는 곳이 되었을 때, 우리는 끊임없는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동질화된 공간을 반복적으로 주조해내는 도시는 장소가 가진 차이를 빠르게 말살시키며 공간이 우리의 살(肉)과 얽히며 친밀한 장소로 변화되는 경험을 단절시킨다.
또한 자본의 회로로 기능하는 도시는 거주에 대한 우리의 인식 역시 지대(地代)의 상승과 맞물리도록 변모시켰다. 이제 집은 더 이상 우리가 실존적으로 뿌리내리는 장소가 아니라 투자를 위한 대상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우리에게 지속적인 뿌리뽑힘(uprooted)의 상태를 경험하게 한다.
‘장소상실’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시각을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뿌리뽑힘의 상태가 주는 상실감을 드러낸다. 작가들의 이야기는 관람자 고유의 장소에 관한 기억을 복원하고 그것이 끊임없이 현재화되는 일상적 실천으로 이어지게 오감으로 자극한다. 나아가 이번 전시는 추상공간 속 주체성 회복을 위한 재현적 실천을 위한 노력(고정원, 이선구)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살아가기 위한 뿌리 내림(문창환, 홍덕은)의 시간을 재구성한다.
‘장소상실’의 기획자 이선희는 이번 전시의 의미로 “고유의 장소에 관한 기억을 복원하고 도시와 함께 호흡하며, 그것이 끊임없이 현재화되는 일상적 실천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고대해 본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작가의 의도는 작품 전체의 의미망으로 포섭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연계 프로그램으로 성인을 위한 금벌레 작가의 ‘나의 존재 장소 찾기’ 워크숍이 진행된다. 작가는 ‘돗자리 펼치기’를 통해 새롭게 ‘펼쳐지는’ 그 공간이 잠깐 우리의 것으로 변화한다는 발상에서 낯선 공간감을 선사한다. 참가자는 워크숍을 통해 낯선 전시장을 친근한 공간으로 인식하고, 장소 상실의 경험에 따른 여정을 쫓아가게 된다.
에드워드 렐프는 ‘인간답다’라는 말을 ‘의미있는 장소로 가득한 세상에서 산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처럼 ‘인간답다’는 말은 곧 자신의 장소를 가지며 그 장소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공간이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속성을 담는 개념이라면, 장소는 주관적인 경험을 담는 곳으로, 일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들을 경험하고, 해석하며, 의미를 부여한 공간을 일컫는다. 이 장소는 위계적으로 분류되지 않은 채 위치와 환경, 시간, 개인적 경험, 가정(가족), 공동체와 같은 것들이 겹치고, 뒤섞여서 다양하게 해석된다.
사라진 장소의 ‘복원’
이를테면 윤다혜는 무장소성(placelessness)과 장소애(topophilia)를 주제로 도자 기반의 설치 작업을 해오고 있다. 윤다혜의 ‘마로면사발’은 장소를 담는 그릇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충북 보은의 마로면은 작가가 장소 상실을 경험했던 최초의 기억으로 남게 된 장소이다. 유년 시절 윤 작가는 가족들과 함께 마로면에 있는 산으로 봄나물을 뜯으러 다녔다. 그러나 산 앞쪽에 고속도로 공사가 시작돼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 봉쇄됐다.
작가는 산이 개발되기 전 모습을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공하는 수치 자료를 이용해 3D로 재현한 후 폴리곤 메쉬(polygon mesh)로 전환해 그릇 표면에 새겨 넣었다. 그에게 장소를 담는 그릇 작업은 지금은 사라진 장소를 재현한 기록물로의 의미를 가진다.
한편 김기성 작가는 유학을 마치고 10여년 만에 고향 청주에 돌아와 보니, 이곳이 친숙하기만 한 것은 아니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사라지고 변해버린 곳도 있었고, 새롭게 접하는 장소들도 많았다고 진술한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타지 생활로 잃어버린 청주에 대해, 새롭게 이해해야 할 필요성도 느꼈다. 작가는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설정하고, 숨 고르듯 ‘이방인’의 관점으로 지역을 관찰하고, 탐색하겠다는 생각으로 캠코더를 들고 청주의 이면을 세밀히 기록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윤다혜 작품 '마로면사발'
이선희 기획자는 충남대에서 조소를 공부하고 국민대 미술학과에서 입체 미술 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0년 안국제약 ‘갤러리 AG’에서 첫 개인전 ‘위로의 방’을 시작으로, 서울, 안산, 청주 등에서 8번의 개인전과 5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고, ‘따뜻한 수작’ ‘직조시간’ 등 뜨개를 매개로 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했다. 또한 2021년도부터 2023년까지 B77에서 창작 거점 공간 지원사업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미술을 통한 사고의 확장과 예술가로서의 책무를 다양한 실험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이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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